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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영화화가 성공적인 이유 [정유진의 속닥무비]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09-29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본격적이든 부수적이든 한국 독립 영화에서 퀴어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는 많았다. 지난 4일 개봉해 호평 받고 있는 독립 영화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가 가장 최근의 예이며, 본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 개봉한 배우 조현철의 장편 영화 데뷔작 '너와 나'에도 섬세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상업 영화 쪽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많은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의 경우, 특히 한국에서는 주·조연으로 퀴어 캐릭터가 등장하는 때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장 기억나는 대로만 꼽아보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속 두 주인공 캐릭터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 박정민이 연기한 드랙퀸 유이 정도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처럼 은근한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퀴어 코드'를 드러낸 경우는 꽤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기에 퀴어 코드가 흥미를 높이는 요소로 사용됐을 뿐 퀴어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10월 1일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특별하다. 상업 영화이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퀴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시켰다. 배우 노상현이 연기한 캐릭터 흥수는 영화 초반에서부터 남성 캐릭터와 키스를 하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런 그와 맞붙는 여주인공은 김고은이 연기한 재희로, 재희는 흥수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그와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고 함께 동거까지 하게 된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게이 캐릭터인 흥수를 다루는 방식이 아주 세련됐다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성소수자의 서사는 경직된 한국 사회에서는 일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에서 여러 번 반복된 익숙한 그림이라 새롭지 않다. 그런데도 흥수의 캐릭터가 반가운 것은 그가 이야기의 주변 인물이 아닌 주인공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로서 생명력을 보여주는 점 때문이다.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영화는 재희와 흥수를 쌍둥이처럼 다룬다. 둘은 성장환경이나 성격, 성적 지향이 전혀 다른 이들이지만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쉽사리 지탄받을 수 있는 '연애 방식'을 택한 점에서는 같다. 재희는 감정뿐 아니라 성적으로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이성애자 여성이며 흥수는 남성에게 끌리는 성적 취향을 가진 동성애자 남성이다.

소설 원작에서처럼 명확하지는 않으나 결국 영화에서도 화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흥수다. 영화는 형식적으로 흥수의 시점에서 자신의 고민과 재희와의 우정 등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 같은 시점 선택 덕에 흥수와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관객들이라도 쉽사리 그에게 동화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흥수의 시점에서 보게 되는 흥수는 사랑을 경험하고,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긴장과 갈등을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절친 재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재희는 어떨까. 재희는 형식상 흥수의 시점에서 관찰되는 인물이지만, 두 캐릭터 중 극장 영화의 주요 타깃층인 20~30대 여성들이 쉽게 몰입할 만한 인물이기도 하다. 모두가 재희 같은 방식으로 살지는 않지만, 영화 속 재희가 경험하는 사랑과 배신, 외로움과 씁쓸함, 자아 찾기 역시 무척 보편적이라 공감하기 쉽다. 결국 타깃층인 젊은 여성 관객들은 흥수의 시점에서 재희를 보며 공감하고, 재희의 입장에서 흥수를 이해하며, 비슷한 두 캐릭터의 모습 안에서 자기 자신의 과거나 현재를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대도시의 사랑법'은 멀어 보였던 인물들을 가깝게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개성 있고 특수한 재희와 흥수지만, 삶의 여정에서는 너무나 보편적인 길을 걷는다. 이 같은 설정은 영화의 미덕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대학 신입생부터 사회인이 되기까지 13년을 배경으로 깐 것도 영리하다. 누구나 가질 법한 청춘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해 어쩐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관객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원작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영화로서 손색없는 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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